1. 간암이란 무엇인가? – 간에서 시작되는 암의 특성과 유형
간암은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간암(primary liver cancer)과, 다른 장기에서 발생해 간으로 전이된 전이성 간암(secondary liver cancer)으로 나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간암은 간에서 직접 발생한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을 의미하며, 전체 간암 중 약 85~90%를 차지합니다. 간은 해독, 영양소 저장, 단백질 합성 등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이기 때문에, 이곳에 암이 생기면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암’으로 불리며, 종종 뒤늦게 발견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암에 비해 예후가 나쁜 편이며, 사망률도 높은 질환입니다. 남성에게 더 흔히 발생하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B형 간염과 같은 간염 바이러스의 유병률이 높아 간암 발병률도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간암은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지방간, 간경변 등 간의 만성 손상과 관련이 깊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상 간세포가 손상되거나 변형되면서 악성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 과정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요인은 개인의 건강 상태, 면역력, 바이러스 감염 여부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으로 인한 간암 발생도 증가하고 있어, 단순히 술이나 간염에 의해서만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해졌습니다.
결국 간암은 단순히 간에 생긴 병이라기보다, 장기적인 간 건강의 결과물이며, 조기 검진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간암에 대해 이해하고, 위험 요인을 피하며, 정기 검진을 통해 건강한 간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대응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간암의 주요 원인 – B형 간염, C형 간염 그리고 알코올
간암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바이러스성 간염, 특히 B형 간염(HBV)과 C형 간염(HCV)입니다. 이 두 바이러스는 간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시간이 지나면서 간경변(cirrhosis)으로 발전하게 되며, 이는 간암 발생의 중요한 전 단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B형 간염 보유자가 인구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간암 발생률이 세계 평균보다 높습니다. C형 간염은 과거에는 수혈이나 주사기 공동 사용을 통해 주로 전염되었고, 최근에는 항바이러스제 덕분에 완치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지속적인 과음 역시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줍니다. 알코올은 간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고, 간염과 마찬가지로 간경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 역시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음주량이 많고, 간염을 함께 앓고 있는 경우에는 발병 위험이 더욱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NAFLD)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이 간암의 새로운 원인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음주와 무관하게 생기는 간의 지방 축적으로, 주로 비만, 당뇨, 고지혈증, 대사증후군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러한 질환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고, 간 손상이 진행되면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NASH 관련 간암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로, 선진국에서도 주목하는 질환입니다.
이 외에도 환경적 요인(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 일부 화학물질 노출), 유전적 요인, 흡연, 만성 간 손상을 유발하는 자가면역 질환 등이 간암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간암은 이러한 만성적인 간 손상 상태가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염 관리와 음주 절제뿐 아니라, 평소 간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간암은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며, 위험 요인을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입니다.
3. 간암의 증상 – 침묵 속에서 진행되는 질환
간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발견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종종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진단되며, 이로 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흔합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우측 윗배의 통증이나 압박감, 체중 감소, 피로감, 전신 쇠약 등입니다. 복부가 붓는 느낌(복수), 식욕 저하, 메스꺼움, 황달이 동반되면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소화불량, 가스가 찬 느낌, 만성적인 체력 저하 등 비교적 흔하고 모호한 증상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소화기 질환과 혼동되기 쉽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간경변증으로 인한 증상인 복수, 다리 부종, 식도정맥류 출혈, 간성 혼수 등의 증상을 먼저 경험하며, 이후 간암이 진단되기도 합니다. 간암이 간문맥(간의 주요 혈관)을 침범하거나 폐, 뼈 등으로 전이되는 경우에는 복통, 호흡곤란, 뼈 통증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어깨 통증이나 등의 둔한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가 검사를 통해 간암을 진단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모두 간암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간암은 증상만으로는 진단하기 어려운 병이며, 특히 간염 보유자, 간경변 환자,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에서는 정기적인 간초음파 및 알파태아단백(AFP) 혈액검사를 통한 선제적인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결국 간암의 증상은 애매하고 다양하며, 뒤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증상에만 의존해서는 조기 발견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무증상이더라도 고위험군은 6개월 간격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간암은 "느껴질 때는 이미 늦은 병"이기 때문에, 침묵 속에서 자라는 간의 이상을 조기에 포착하는 노력이 생명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4. 간암의 진단 – 혈액검사부터 영상검사까지
간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다양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시행되는 것은 혈액검사이며, 여기에서 알파태아단백(AFP) 수치를 확인합니다. AFP는 태아 때 간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로, 성인에게서 수치가 높게 나타나면 간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AFP 수치가 높지 않은 간암도 있어, 단독으로는 진단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영상검사가 반드시 병행됩니다. 대표적인 방법은 복부 초음파,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이며, 종양의 위치와 크기, 혈관 침범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상학적으로 간암은 혈류가 풍부하여 조영제 주입 후 빠르게 염색되었다가 빨리 사라지는 독특한 패턴을 보이는데, 이를 통해 조직검사 없이도 진단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영상만으로도 애매한 경우에는 간조직 일부를 채취하는 생검(조직검사)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영상검사 중 CT는 빠르고 넓은 부위를 확인할 수 있으며, MRI는 간암과 양성 병변을 정밀하게 구별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또한 간암이 간문맥을 침범했는지, 폐나 뼈로 전이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PET-CT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간암 진단은 단순히 하나의 검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초기 간암을 더 정확하게 찾아내기 위한 고해상도 초음파나 조영증강 초음파(CEUS) 기술도 활용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영상 분석도 점차 도입되고 있습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간 이상이 발견되었을 경우, 즉시 정밀 검사를 통해 간암 여부를 확인하고 조기에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간암은 조기 발견 시 치료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므로, 진단의 정확성과 신속성이 생존율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간암의 치료 – 수술부터 면역치료까지의 선택지
간암의 치료는 암의 병기(stage)와 간 기능, 그리고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치료 목표는 가능한 경우 완치를 추구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생존 기간을 연장하거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간 절제술(수술)입니다. 종양이 간의 특정 부위에 국한되어 있고, 남은 간의 기능이 충분한 경우 시행됩니다.
간이식은 암이 간 전체에 영향을 주거나 간경변이 동반된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입니다. 다만 공여자 부족, 수술의 어려움, 대기 기간 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모두에게 적용되지는 못합니다. 대신 고주파 열치료(RFA), 경동맥 화학색전술(TACE), 방사선 치료, 방사선색전술(SIRT) 같은 국소 치료법이 중간 단계 간암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TACE는 간암에 혈류를 공급하는 동맥을 차단하고 항암제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 효과적인 대안입니다.
진행성 간암이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전신 항암치료가 시행됩니다. 최근에는 기존의 표적치료제(예: 소라페닙, 렌바티닙 등) 외에도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효과에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 약물들은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활동을 돕고, 일부 환자에게는 장기 생존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표에 따라 다학제 진료팀이 구성되어, 간 전문의, 영상의학과, 외과, 종양내과 등이 함께 환자별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합니다. 최근에는 복합치료(예: TACE와 면역항암제 병합) 접근이 증가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약물과 치료 조합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발견된 간암은 수술이나 국소 치료만으로도 완치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간 기능이 나쁜 경우, 치료법 선택에 제약이 크므로 간암 치료는 단순한 암 치료가 아니라 간 전체의 건강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와 소통, 꾸준한 치료 의지가 장기 생존의 열쇠가 됩니다.
6. 간암 예방과 조기 발견 – 백신, 검진, 생활습관 개선
간암은 비교적 예방이 가능한 암 중 하나입니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HBV)는 간암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이 매우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생아 대상 B형 간염 백신 접종이 보편화되어 있고, 이로 인해 과거에 비해 B형 간염 보유자 수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과거에 감염되었거나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성인의 경우, 혈액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C형 간염(HCV)의 경우 백신은 없지만, 최근에는 완치가 가능한 먹는 약제가 개발되어 8~12주간 치료로 대부분의 환자가 완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염 여부를 모르고 지내는 고위험군(예: 1960년대 이전 출생자, 과거 수혈 경험자 등)은 반드시 한 번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간경변, 만성 간염,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며, 이들에게는 6개월마다 간초음파와 AFP(알파태아단백) 검사를 통한 정기 검진이 강력히 권장됩니다.
예방의 또 다른 축은 생활습관 개선입니다. 지나친 음주를 삼가고,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며,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은 간 건강을 지키는 데 기본입니다. 특히 최근 간암의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 비알코올성 지방간(NASH)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대사 건강 관리가 곧 간암 예방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흡연 역시 간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므로, 금연 또한 중요합니다.
이외에도 약물 남용이나 민간요법 남용, 독성 있는 건강기능식품 섭취도 간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이나 보조제를 복용하기 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결국 간암 예방은 단기적인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간 건강 관리와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핵심입니다. 특히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무증상이라도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며, 정기적인 검사와 의학적 관리를 통해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 전략입니다. 간은 ‘말이 없는 장기’이지만, 우리는 그 침묵을 예방과 조기발견으로 깨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