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발성골수종이란? – 질병 개요와 발병 원인
다발성골수종은 형질세포(Plasma Cell)라는 백혈구의 한 종류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여 발생하는 혈액암입니다. 형질세포는 원래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감염에 대응하는 항체를 생산합니다. 그러나 다발성골수종에서는 이 형질세포가 통제 없이 자라나며, 비정상적인 단백질인 M-단백(M-protein)을 과도하게 생성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면역 기능이 약화되고, 혈액 내 단백질 불균형, 골 조직의 파괴, 신장 기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 고령, 남성, 흑인 인종, 방사선 노출, 특정 화학물질(예: 벤젠)에의 노출이 발병 위험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발생하지만, 드물게 젊은 환자에게서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경우, 골수 내 정상적인 혈액 세포 생산이 방해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적혈구가 줄어들어 빈혈이 나타나고, 백혈구나 혈소판의 생산도 감소하여 감염 위험이나 출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다발성골수종은 이름 그대로 여러 부위의 뼈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척추, 갈비뼈, 골반 등 주요 골격계에 영향을 미치며, 병변 부위는 점차적으로 약해지고 골절 위험이 증가합니다. 비정상 면역글로불린이 혈액과 소변에 축적되면 신장을 손상시켜 만성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요독증 등 전신 합병증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결국 다발성골수종은 단순한 혈액암이 아니라 면역계, 골격계, 신장계, 혈액학적 기능까지 전신에 영향을 주는 복합 질환입니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이 막연하거나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쉽기 때문에, 고위험군에서는 정기적인 건강 검진과 조기 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2. 주요 증상 – 뼈 통증부터 면역력 저하까지
다발성골수종의 초기 증상은 비특이적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뼈 통증으로, 특히 척추, 갈비뼈, 골반 등 체중을 지탱하는 뼈에서 발생하는 통증입니다. 병이 진행되면 뼈가 약해지고 압박 골절이나 병적 골절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빈혈로 인한 피로감, 신장 기능 저하로 인한 부종, 고칼슘혈증으로 인한 혼돈·변비·구토, 면역력 저하로 인한 반복적인 감염 등이 주요 증상입니다. 혈중 칼슘 수치가 높아질 경우 정신 혼란이나 근육 약화가 동반되기도 하며, M-단백의 과다 축적으로 인해 신장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혈액 투석이 필요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증상이 애매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골다공증이나 요통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다발성골수종은 병이 진행됨에 따라 신체 여러 기관에 동시다발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골수 내 정상 혈액세포가 줄어들면서 백혈구 감소증이 생기면 폐렴, 패혈증 등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되면 멍이나 출혈이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통이나 골절이 빈번하게 나타나며, 침상 생활을 오래 하게 되면 근육이 위축되고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신경 증상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며, 척추 압박골절이 심할 경우 척수 신경이 눌려 하반신 마비나 방광 기능 장애 등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병의 특성상, 피로감이나 무기력감은 암의 직접적 영향뿐 아니라 항암치료나 빈혈, 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단순한 체력 저하나 통증이라고 간과하지 말고, 위와 같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여러 증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3. 진단 방법 – 혈액검사부터 골수검사까지
다발성골수종은 다양한 검사를 통해 종합적으로 진단됩니다. 기본적으로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에서 M-단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며, 총 단백질 수치, 혈청 단백전기영동(Serum Protein Electrophoresis), 면역고정법(Immunofixation)을 통해 비정상 면역글로불린을 검출합니다. 골수검사(Bone Marrow Biopsy)를 통해 골수 내 형질세포의 비정상 증식을 확인하는 것이 진단의 핵심입니다. 이외에도 X선, CT, MRI, PET-CT 등을 통해 골 병변의 유무를 평가합니다. 특히 국제적으로는 CRAB 기준(고칼슘혈증, 신장장애, 빈혈, 뼈 병변)을 활용하여 다발성골수종의 활성화 여부와 치료 필요성을 판단합니다. 진단은 전문 혈액종양내과에서 수행되며, 정확한 병기와 예후 평가를 위해 국제 병기 시스템(R-ISS 등)을 함께 사용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혈액 검사에서는 혈청 내 총 단백질 수치가 증가하고 알부민이 감소하는 패턴이 자주 관찰됩니다. 비정상 단백질이 혈액에서 얼마나 검출되는지에 따라 질병의 활성도와 치료 반응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베타2-미세글로불린(beta-2 microglobulin) 수치, LDH(젖산탈수소효소) 수치 등은 예후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생화학적 지표입니다. 소변검사는 Bence-Jones 단백(비정상적인 경쇄 단백질)을 확인하는 데 사용되며, 24시간 소변 수집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방사선 검사는 단순 X선에서 골 용해성 병변이 관찰되면 골수종을 의심할 수 있으며, 보다 정밀한 병변 확인을 위해 전신 MRI나 PET-CT를 활용합니다. 특히 PET-CT는 활발한 병변 부위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치료 후 반응 평가에도 유용합니다. 진단은 단일 검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검사 결과를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최종 판단을 내리는 다단계적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치료 방향 결정과 생존 예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하고 체계적인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4. 치료 방법 – 항암요법과 줄기세포이식
다발성골수종은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질병의 조절 및 생존 기간 연장을 목표로 하는 만성 혈액암입니다. 주요 치료법으로는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그리고 자기줄기세포이식(Autologous Stem Cell Transplantation)이 있습니다. 1차 치료에서는 보통 보르테조밉(bortezomib), 렌알리도마이드(lenalidomide),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등의 조합이 사용되며, 병의 진행 속도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형 치료 계획이 수립됩니다. 전신 상태가 양호한 환자에게는 고용량 항암제를 투여한 후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다시 주입하는 자가줄기세포이식이 고려됩니다. 이는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 가능성을 높이고 장기 생존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료는 크게 세 단계로 나뉘는데, 초기 유도요법(Induction Therapy)으로 질병을 빠르게 억제한 후, 줄기세포 이식(가능한 경우)을 통해 고용량 항암제 치료를 수행하며, 마지막으로 유지요법(Maintenance Therapy)을 통해 장기간 재발을 방지합니다. 유지요법은 경구용 표적 치료제를 저용량으로 장기 복용하는 방식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비입원형 치료가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기존 약물 외에도 CAR-T 세포 치료, 이중특이성 항체(Bispecific antibody)와 같은 혁신적 면역치료가 등장하여, 난치성·재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부 고위험 유전자 보유 환자에게는 임상시험 참여가 권장되며, 최신 치료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글로벌 연계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또한 고령 환자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경우, 줄기세포이식 없이 항암화학요법과 경구 치료제로만 관리하기도 합니다. 부작용 관리는 치료 성공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항암제에 따른 말초신경병증, 면역억제에 의한 감염, 고혈당 및 골다공증 등의 합병증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조기 대응이 필요합니다. 결국 다발성골수종 치료는 단순히 약물 선택에 그치지 않고,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삶의 질, 치료 지속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이 핵심입니다. 치료 목표는 ‘장기 생존’과 ‘삶의 질 유지’가 병행되는 방식으로 설정되어야 하며, 환자 스스로도 치료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5. 예후와 생존율 – 병기별 예후 차이와 관리 전략
다발성골수종은 과거에는 평균 생존 기간이 3~4년에 불과했으나, 최근 치료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특히 조기에 진단되고 자가줄기세포이식을 받은 환자는 7~10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후는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유전자 이상 유무, CRAB 기준 충족 여부, 병기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고위험 유전자(예: del(17p), t(4;14))를 가진 환자는 치료 반응이 낮고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많습니다.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재발 여부를 조기에 포착하고, 감염 예방과 신장 기능 유지, 뼈 건강 관리 등 전반적인 삶의 질 유지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칼슘혈증과 같은 합병증 발생 시에는 응급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 지속적인 의학적 관리가 중요합니다.
예후를 예측하기 위한 공식적인 병기 체계로는 ISS(International Staging System)과 최근 널리 사용되는 개정형 R-ISS(Revised-ISS)가 있습니다. ISS는 혈청 알부민과 베타2-미세글로불린 수치를 기반으로 1~3기의 병기를 구분하며, R-ISS는 여기에 유전자 이상과 LDH 수치를 포함해 보다 정교한 분류를 가능하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1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80%에 육박하는 반면, 3기 환자의 경우 40% 이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예후는 정밀하게 나뉘며, 병기에 따라 치료 강도나 전략도 달라져야 합니다. 또한 재발한 환자에서는 치료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재발-불응성 다발성골수종(RRMM)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이 경우에는 표준 치료 외에도 임상시험, 최신 치료제 접근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지속적인 자기 관리와 의료진과의 협력입니다. 정기적인 혈액검사, 영상검사, 증상 모니터링은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또한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피로, 통증, 감정적 불안에 대한 다학제적 관리도 필요합니다. 재발률이 높은 질환 특성상, 환자는 장기전의 관점에서 질병을 받아들이고 꾸준한 건강 관리를 실천해야 합니다. 예후는 단순히 수치상의 생존 기간뿐 아니라, 어떤 상태로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을 지속할 수 있는가로도 평가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의학적 치료와 더불어 심리적·사회적 지원 역시 예후 관리의 핵심 요소로 간주됩니다.
6. 환자의 삶과 관리 – 일상생활 속 주의사항과 정서적 지원
다발성골수종은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질환으로, 치료 후에도 장기간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는 감염 예방, 영양 상태 유지, 뼈 건강 보호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폐렴, 대상포진, 독감과 같은 감염병에 매우 취약해지므로,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예방접종(폐렴구균,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뼈가 약해지기 쉬운 질환 특성상 칼슘과 비타민 D 섭취, 규칙적인 체중 부하 운동, 낙상 예방 등이 중요하며,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 약물이나 데노수맙(denosumab) 등의 뼈 보호 치료도 병행됩니다. 신장 기능 보호를 위해서는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진통제나 항생제 중 신독성이 강한 약물의 사용은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식사 조절과 기초 체력 유지도 중요한데, 과도한 단백질 섭취보다는 균형 잡힌 영양 식단이 권장되며, 기력이 허락한다면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등 활동량 유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환자들은 만성적인 피로, 수면 장애, 통증, 항암 치료에 따른 부작용 등 다양한 신체적 불편을 겪게 되며, 이는 정서적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환자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기보다는, 의료진, 가족, 친구들과 열린 소통을 지속하고, 필요할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완전한 치료보다는 ‘질병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수용해야 하는 만큼, 자기 효능감과 삶의 의미를 회복하는 정서적 지지체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자원과 프로그램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 병원이나 지역 보건소에서는 암 생존자를 위한 운동 교실, 명상 프로그램, 영양 교육,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온라인에서는 같은 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자 커뮤니티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환자는 질병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실질적인 정서적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복지 혜택(의료비 지원, 약제비 보조 등)도 국가 또는 민간 단체를 통해 제공되므로, 사회복지사나 병원 상담창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료 효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일상 속 삶의 질이며, 다발성골수종 환자에게 있어 관리는 단순한 약 복용을 넘어 삶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적 조율임을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