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균성 이질이란? – 개념과 병원체
세균성 이질은 주로 Shigella(쉬겔라)라는 그람음성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장 감염 질환입니다. 대표적인 병원체는 Shigella dysenteriae, Sh. flexneri, Sh. boydii, Sh. sonnei 등이 있으며, 이들 중 특히 Sh. dysenteriae 1형은 독성이 가장 강해 집단 발병 시 치명률이 높습니다. 이질균은 매우 적은 수(10~100개)의 균으로도 감염이 가능하므로 전염성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감염은 주로 오염된 음식물, 물, 또는 환자의 대변과 직접 접촉한 손을 통해 일어납니다.
감염되면 장내 점막에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키며, 독소를 분비하여 장 출혈과 괴사를 유발합니다. 이로 인해 혈변, 고열, 심한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세균성 이질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며, 특히 위생 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유행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질균은 장내 상피세포에 침투하여 세포 사이를 이동하고, 면역반응을 자극하여 조직에 광범위한 염증을 일으킵니다. 그 결과 장 점막의 파괴가 일어나며, 점액과 혈액이 섞인 설사가 나타납니다. Shigella는 독소(Shiga toxin)를 생성하여 전신 독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어린이에게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 같은 심각한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질균은 환경에서도 수 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집단 생활 시설이나 위생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전염 확산 속도가 빠릅니다. 이 질병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주요 공중보건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특히 개발도상국 아동의 설사병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경각심이 요구됩니다.
2. 감염 경로와 전파 방식
세균성 이질은 전파력이 매우 강한 질환으로, 주로 분변-경구 경로(fecal-oral route)를 통해 전염됩니다. 환자의 대변에 포함된 이질균이 손, 식기, 음식, 물 등을 오염시키고, 이를 건강한 사람이 섭취함으로써 감염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손 위생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상하수도 시스템이 취약한 지역에서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또 어린이집, 요양시설, 군대 등 공동생활 공간에서는 한 명의 환자만 발생해도 빠르게 퍼질 수 있어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드물게는 파리 등 곤충 매개체를 통해 간접 전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휴게소, 학교 급식, 식품 제조업소 등 대량 식사가 제공되는 곳에서의 위생 관리 미흡은 대규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공공보건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손을 입에 가져가는 행동이 많고 면역력이 약하기 때문에 감염에 매우 취약합니다.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의 위생 인식이 낮을 경우 감염 경로가 차단되지 않으며, 한 번의 접촉만으로도 가족 내 전파가 쉽게 발생합니다. 또한 해외 여행 중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한 뒤 귀국하면서 국내 유입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며, 이러한 경우 공항 검역소에서의 철저한 감시가 중요합니다.
감염자가 무증상 보균자인 경우에도 타인에게 전파가 가능하므로, 단순한 ‘설사 증상자 격리’만으로는 불충분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세균성 이질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높은 감염 통제 역량을 요구하는 질환으로, 개인 위생뿐만 아니라 제도적 대응도 필수적입니다.
3. 주요 증상과 임상 양상
세균성 이질의 잠복기는 보통 1~3일 정도로 짧으며, 이후 급격히 증상이 발현됩니다. 주요 증상은 고열, 혈변, 복통, 오심, 구토이며, 특히 혈액과 점액이 섞인 설사가 특징적입니다. 배변 횟수는 하루 수차례에서 수십 회까지 증가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탈수 증상이나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복통은 대개 복부 좌하단에 심하며, 배변을 할 때 심한 통증과 함께 무리하게 힘을 주는 ‘이급후중’(배변을 해도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고열은 38~40도 이상까지 올라가며, 오한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발열과 함께 의식 혼란, 경련, 패혈증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에게서 치명적인 경과를 밟을 수 있습니다. 설사가 멈추더라도 장 점막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재감염의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일부 환자는 항생제 치료 후에도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거나, 장 기능이 한동안 불안정한 상태로 남기도 합니다.
또한 Shigella dysenteriae 1형에 의한 감염의 경우,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나 류마티스성 관절염과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드물게는 피부 발진이나 결막염, 요로 감염 등의 이차 증상이 동반되기도 하며,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장외 감염(관절, 신장, 폐 등)으로 진행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초기 증상이 가볍더라도 방심하지 않고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합니다.
4. 진단 방법과 검사 절차
세균성 이질의 진단은 임상 증상 확인과 함께 대변 배양검사를 통해 이질균을 분리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환자의 증상이 혈성 설사와 고열을 동반할 경우 임상적으로 이질이 강하게 의심되며, 정확한 원인균을 확인하기 위해 대변 샘플을 채취하여 배양합니다. 대변 배양검사는 가장 핵심적인 진단 도구로, 이질균의 존재를 확인하고 항생제 감수성 시험을 통해 치료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식중독이나 일반적인 바이러스성 장염과 증상이 유사할 수 있으므로, 실험실 검사를 통한 구분 진단이 중요합니다.
그 외에도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Shigella 유전자를 신속하게 검출하거나, 현장에서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면역크로마토그래피 방식의 간이 진단 키트도 활용됩니다. 혈액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CRP, 백혈구 수 등)나 탈수 상태, 전해질 불균형을 확인하고, 특히 고열이나 전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패혈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 배양도 함께 시행됩니다.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경우,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원을 추적하고, 관련된 식품 샘플이나 조리 도구, 물 등을 수거해 환경 검사를 병행합니다. 또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세균성 이질은 제1군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되어, 보건소에 즉각 보고되어야 하며, 확진 환자뿐만 아니라 의심 환자, 접촉자에 대한 선제적 조치도 포함됩니다. 무증상 보균자에 대한 대변검사 역시 필요할 수 있으며, 유치원이나 급식소 종사자의 경우 복귀 전 2회 이상 음성 확인이 요구됩니다.
5. 치료 방법 및 항생제 사용
세균성 이질의 치료는 충분한 수분 공급과 항생제 투여가 핵심입니다. 환자가 심한 설사와 구토로 수분과 전해질을 잃기 때문에, 경구 수분 보충제(ORS)나 정맥 수액을 통해 탈수를 보완해 주는 것이 가장 먼저 필요한 조치입니다. 특히 영유아, 노인,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빠르게 전해질 불균형이나 쇼크로 진행될 수 있어 입원 치료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항생제는 Shigella 균에 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해 사용하며, 대표적으로는 ciprofloxacin, azithromycin, 또는 ceftriaxone 등이 있습니다. 치료 초기에는 지역 내 항생제 내성률을 고려한 경험적 항생제 선택이 중요하며, 배양검사 결과에 따라 조정합니다.
최근에는 항생제 내성균의 증가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다제내성 Shigella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약제의 효과가 감소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은 피해야 하며, 반드시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감수성 검사 결과에 따른 처방에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고열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해열제나 진통제를 병행하기도 하며, 환자가 기력 회복을 위해 안정적인 휴식과 적절한 영양 섭취를 병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편 설사약(지사제)은 장내 독소와 병원체의 배출을 지연시킬 수 있어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으며, 특히 혈변이나 고열을 동반한 경우에는 금기입니다. 회복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환자는 타인에게 전염 가능성이 있으므로, 완치 확인 전까지는 격리 및 위생 조치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 복귀 전 2회의 대변검사를 통해 음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6. 예방 수칙과 공중보건 대응
세균성 이질은 철저한 개인 위생과 식품 위생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습니다. 손 씻기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특히 배변 후, 식사 전, 조리 전에는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안전한 식수를 사용하고, 음식은 충분히 익혀 먹으며, 조리도구나 식기는 청결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날 음식, 특히 해산물이나 육류는 되도록 피하고, 외부에서 구입한 음식은 위생 상태를 점검한 후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름철과 같이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에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공공 위생 차원에서는 어린이집, 학교, 병원, 급식소 등 집단생활 시설에서 정기적인 위생 교육과 감염 예방 조치를 실시해야 합니다. 감염자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인 격리와 접촉자 모니터링이 필요하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된 세균성 이질의 경우 보건당국에 즉시 보고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갑작스러운 설사나 발열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고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개발도상국 또는 위생이 취약한 지역으로의 여행 전에는 물과 음식 섭취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개인용 생수나 정수제를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보건소와 학교 보건실 등에서는 이질 발생 시 상황에 따라 일시적 등교 중지나 급식 중단 등의 대응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예방백신은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지만, 감염병 관리법과 보건 체계가 잘 작동한다면 충분히 통제 가능한 질병입니다. 예방의 핵심은 개인의 위생 실천과 공동체 차원의 감염 관리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