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칼슘혈증이란? 정의와 정상 칼슘 수치
저칼슘혈증은 혈액 내의 총 칼슘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경우, 혈청 총 칼슘 농도가 8.5 mg/dL 미만일 때 저칼슘혈증으로 진단됩니다. 이때 이온화 칼슘 수치(활성형 칼슘) 역시 중요하며, 4.5 mg/dL 미만이면 저칼슘혈증으로 간주합니다. 칼슘은 뼈와 치아의 구성뿐 아니라, 근육 수축, 신경 전달, 혈액 응고, 세포 신호 전달 등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칼슘 수치가 떨어지면 여러 장기와 조직의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칼슘혈증은 급성 및 만성 형태로 나뉘며, 각각 증상과 원인이 다를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또한 혈중 칼슘은 3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약 40%는 단백질(주로 알부민)과 결합되어 있고, 10%는 인산염, 시트르산염 등과 결합되어 있으며, 나머지 약 50%는 자유 상태(이온화 칼슘)로 존재합니다. 이온화 칼슘은 생리적으로 가장 활성이 높은 형태로, 실제로 신체 기능에 영향을 주는 칼슘입니다. 저칼슘혈증이 발생하면 단순한 수치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이온화 칼슘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칼슘혈증은 단순히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과 원인, 그리고 환자의 증상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2. 주요 원인: 부갑상샘 기능 저하부터 약물까지
저칼슘혈증의 주요 원인은 다양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부갑상샘기능저하증(hypoparathyroidism)입니다. 부갑상샘에서 생성되는 부갑상샘 호르몬(PTH)은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기능이 떨어지면 혈중 칼슘 농도가 낮아집니다.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는 신부전(만성 신장 질환)이 있습니다. 신장이 손상되면 비타민 D의 활성화가 줄어들어 칼슘 흡수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비타민 D 결핍, 마그네슘 결핍, 항경련제나 이뇨제 같은 특정 약물 복용, 급성 췌장염, 수혈 후 발생하는 킬레이트 반응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원인에 따라 치료 방식도 달라지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이외에도 부갑상샘을 제거하는 수술(예: 갑상샘암 수술 또는 두경부 종양 제거술) 이후 발생하는 ‘수술 후 저칼슘혈증’도 매우 흔한 원인입니다. 수술 과정 중 부갑상샘이 손상되거나 혈류 공급이 차단되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PTH 분비가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화상이나 광범위한 조직 손상, 전이암, 패혈증과 같은 심각한 전신 질환도 칼슘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드물게는 유전성 질환, 예를 들어 DiGeorge 증후군처럼 선천적으로 부갑상샘이 발달하지 않는 경우에도 저칼슘혈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칼슘혈증은 단일 원인보다는 다양한 대사 이상과 연결되어 있어, 단순한 보충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근본 원인에 대한 파악이 중요합니다.
3. 증상: 근육 경련부터 신경과민까지
저칼슘혈증의 증상은 경미할 경우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칼슘 수치가 심하게 낮아지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근육 경련, 손발 저림, 안면 근육 경련, 손가락 경련(카르포페달 경련) 등이 있으며, 이는 신경 및 근육의 과민 반응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심한 경우, 후두 경련으로 인해 호흡 곤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전도 상 QT 간격이 연장되어 심장 부정맥의 위험도 증가합니다. 또한 환자는 혼란, 기억력 저하, 불안, 우울 등의 신경정신 증상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급성 저칼슘혈증의 경우 응급 상황으로 간주되며, 즉각적인 처치가 요구됩니다.
임상에서는 Chvostek 징후와 Trousseau 징후라는 두 가지 고전적 신체 징후로 저칼슘혈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Chvostek 징후는 귀 앞쪽 안면신경 분포 부위를 두드렸을 때 얼굴 근육이 경련하는 반응을 말하고, Trousseau 징후는 혈압계로 팔을 압박했을 때 손이 경련을 일으키며 특정 자세를 취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징후는 신경근계의 과민 반응으로, 저칼슘혈증의 전형적인 지표로 활용됩니다. 이외에도 경련성 복통, 설사,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기간 지속되면 골밀도 저하와 같은 2차적인 뼈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증상의 다양성과 모호함 때문에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우므로, 초기부터 의심하고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진단 방법: 혈액검사와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들
저칼슘혈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청 칼슘 농도 측정이 기본입니다. 이때 총 칼슘뿐만 아니라 이온화 칼슘 수치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온화 칼슘은 생리적으로 가장 활성이 높은 형태이기 때문에, 총 칼슘이 정상이더라도 이온화 칼슘이 낮다면 기능적인 저칼슘혈증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칼슘 농도는 혈청 알부민 농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보정된 칼슘 수치(corrected calcium)를 계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부민이 낮으면 총 칼슘 수치도 낮게 나타날 수 있어 실제 이온화 칼슘 수치와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혈중 인(phosphorus), 마그네슘(magnesium), 부갑상샘호르몬(PTH), 25(OH)비타민 D, 1,25(OH)₂ 비타민 D 수치 등을 함께 측정해야 정확한 원인 분석이 가능합니다. 신장 기능 검사도 중요하며, 특히 만성 신부전 환자에서는 칼슘-인 대사의 이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이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또한 소변 내 칼슘 배출량(24시간 소변 검사)을 확인하면 신장에서의 칼슘 손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소변 내 칼슘 배설이 높다면 저칼슘혈증의 원인이 신장 관련일 수 있습니다.
환자의 병력과 복용 중인 약물, 식이 상태, 최근 수술 여부, 자가면역질환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갑상샘이나 부갑상샘 수술 병력이 있는 환자는 수술 후 발생하는 저칼슘혈증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혈청 칼슘 농도는 일시적인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복 측정과 함께 전해질 균형, 산염기 상태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평가가 중요합니다.
5. 치료 방법: 응급 치료와 장기적인 관리
치료는 저칼슘혈증의 원인과 심각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급성 증상이 있는 경우 정맥주사로 칼슘 글루콘산(calcium gluconate)을 투여하여 빠르게 수치를 회복시킵니다. 특히 경련, 후두 경축, 심장 부정맥 등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응급실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마그네슘 수치가 낮으면 칼슘 보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마그네슘도 함께 보충해주어야 합니다. 급성기 이후에는 경구용 칼슘 보충제와 비타민 D 제제를 투여하여 안정적인 수치 유지를 목표로 합니다. 비타민 D는 장에서의 칼슘 흡수를 촉진하며, 특히 활성형 비타민 D인 칼시트리올(calcitriol)이 자주 사용됩니다.
만성 저칼슘혈증의 경우 장기적인 약물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칼슘 보충은 일일 복용량과 용법을 엄격히 지켜야 하며, 과도한 보충은 고칼슘혈증, 신장 결석, 혈관 석회화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부전 환자의 경우 칼슘 및 인 대사를 동시에 조절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인 결합제나 비타민 D 유도체 조절이 병행됩니다. 부갑상샘기능저하증 환자는 PTH 유사체를 투여받을 수 있으며, 이는 인공 호르몬을 통해 칼슘 대사를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심전도 확인, 소변 내 칼슘 배출량 측정 등을 통해 치료 경과를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교육도 중요하며, 증상이 재발할 수 있는 위험 상황(예: 급성 스트레스, 감염, 약물 변화 등)에 대비한 자가 관리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6. 예방과 생활관리: 균형 잡힌 식이와 정기적인 추적검사
저칼슘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상적인 식습관과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합니다. 우유, 치즈,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 멸치, 두부, 브로콜리, 시금치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햇빛을 통한 비타민 D 합성 역시 중요하므로 하루 15~30분 정도는 야외에서 햇빛을 쬐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고령자나 실내 생활이 많은 사람, 피부색이 짙은 사람은 보충제를 통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질환자, 신장질환자, 부갑상샘 수술을 받은 사람, 항경련제나 이뇨제를 장기 복용 중인 사람은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혈청 칼슘, 마그네슘, 인 수치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칼슘 수치는 스트레스, 수술, 감염, 약물 변화 등에 따라 갑자기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군 환자는 전문의의 지도 아래에서 예방적 조치를 받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할 때는 과용을 피하고, 의료진과 상의하여 본인의 상태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더불어, 저칼슘혈증이 반복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유전적 요인에 대한 평가도 고려해야 하며,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골다공증과 함께 칼슘 부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골밀도 검사와 병행한 예방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임산부, 수유부 등 칼슘 요구량이 높은 집단은 생애 주기별로 섭취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칼슘이 부족할 경우 성장 지연이나 골격 형성 장애 등 장기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저칼슘혈증 예방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